멸치액젓 만드는 법 완벽 정리|생멸치 손질부터 1년 숙성까지 전통 황금 레시피

 

"자연의 맛을 담다, 멸치액젓 담그는 법. 첨가물 없이 천일염과 생멸치로 깊고 진한 전통 액젓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한국인의 겨울 준비, 김장과 멸치액젓 이야기

11월 말, 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지면 괜히 마음이 바빠집니다. "아, 김장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라서,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배추 절이고, 저는 옆에서 파 다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김장날 빠질 수 없는 겉절이에 따끈한 수육 한 점 올려 먹으면, 그 순간만큼은 겨울 추위도 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매년 이맘때면 동네 정육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풍경도 익숙해졌습니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아마 많은 분들이 ‘멸치액젓’을 떠올리실 거예요. 저희 어머니도 항상 “액젓이 좋아야 김치가 맛있다”고 하시거든요. 갓 담근 김치도 맛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몇 달 지나 시원하게 익은 김치를 더 좋아합니다. 그 알싸한 맛이 밥도둑이잖아요.

김장을 끝내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엔 이장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내년 김치를 위한 ‘멸치액젓 담그기’가 한창이더라고요. 이장 사모님은 해마다 직접 액젓을 담그시는데, 그 손길 하나하나에서 오랜 세월 쌓인 노하우가 느껴졌습니다. 그냥 음식 준비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같았어요.

며칠 전, 포항 수산물 시장에도 다녀왔습니다. 새벽 공기가 아직 싸늘했지만, 시장은 벌써 북적이고 있었어요. 경매가 끝나고 갓 잡아 올린 생멸치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통통하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멸치 한 상자를 들고 돌아오는 길, '오늘 저녁은 멸치국수 해먹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액젓용 멸치였죠.

 

 

멸치를 손질하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 어린 학꽁치도 몇 마리 보이더군요. 역시 바다 내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참, 멸치 이름도 지역마다 참 다양하더라고요. 통영 가면 '돗자래기'라고 부르고, 여수에선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니, 우리 바다와 참 가까운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깨끗이 씻어 물기 뺀 멸치 위에 굵은 천일염을 뿌릴 때, 하얀 소금과 은빛 멸치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괜히 예뻐 보였습니다. 그냥 단순한 작업 같지만, 이 과정 하나하나가 결국 내년 김치 맛을 좌우하니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이장 사모님은 다른 첨가물 없이 생수만 살짝 붓고 뚜껑을 덮으셨습니다. “괜히 이것저것 넣으면 맛이 흐려진다”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요즘은 뭐든 빠르고 간편한 게 대세지만, 이렇게 시간이 만들어주는 맛도 참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렇게 담가놓은 멸치액젓은 몇 달 후, 깊고 진한 맛으로 다시 만나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멸치 손질하던 손끝에 아직도 바다 냄새가 남아 있는 듯해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겨울 준비는 이렇게, 사람 손으로 천천히 완성되어 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