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빛 봄, 복사꽃이 가득한 4월의 농장 이야기

"참, 예쁘다."

4월이 되면 복숭아밭은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듭니다. 매년 보는 풍경이지만, 이맘때쯤 밭에 나가면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햇살 아래 활짝 핀 복사꽃들은 멀리서 보면 분홍 물결 같고, 가까이서 보면 소박하면서도 정겹습니다. 바람이 불면 달콤한 꽃 향기가 퍼지는데, 그 향기를 맡을 때마다 봄이 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다 뜨기 전 밭으로 나가면 공기가 다릅니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됩니다. 농사일은 늘 분주하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복사꽃이 지고 나면, 농사꾼의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니까요.
꽃이 진 자리엔 어느새 작은 복숭아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턴 예쁜 풍경에 취해 있을 틈이 없어요. 더 크기 전에 이 열매들을 솎아내야 하거든요. 보기엔 아까운 작은 열매들이지만, 좋은 열매를 키우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하루 종일 고개 숙이고 손으로 하나하나 따내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손끝도 저려옵니다. 그래도 이걸 해놔야 가을에 제대로 된 복숭아를 만날 수 있으니, 농사꾼으로선 피할 수 없는 숙제죠.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밭은 여전히 예쁩니다. 노란 민들레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벌과 나비가 분주히 오갑니다. 가지 위에 앉아 노래하는 새소리를 들으며 손을 놀리다 보면, 그래도 이런 게 농사짓는 맛이구나 싶습니다.

 

 

올 3월 중순에 복숭밭이 심어둔 사과묘목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걸 봤습니다. 말라 보이던 가지 끝에서 연둣빛 새잎이 올라오는 걸 보면, 힘들어도 웃음이 납니다. 앞으로 이 나무가 잘 자라서 사과를 주렁주렁 달아줄 걸 생각하면, 고단함도 잠시 잊게 되죠.

 

 

밭 한쪽에는 봄까치꽃이랑 민들레가 소박하게 피어있습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이런 꽃들이 밭을 지나는 농사꾼에게 작은 위로가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이 건네는 인사 같다고 할까요.

 

 

4월의 복숭아밭은 참 예쁩니다.

하지만 그 속엔,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무게도 함께 담겨 있죠. 꽃이 피고 지는 걸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흘러가지만, 나중에 복숭아가 탐스럽게 열리는 걸 보면 오늘의 고생도 다 잊게 되겠죠. 그래서 오늘도 밭 한가운데 서서, 이 봄 풍경을 마음속에 잠시 담아둡니다. 앞으로 지칠 때 꺼내 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