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린 건강한 맛, 내가 빚은 천연 곡물식초 이야기
‘천연 식초를 집에서 만들어볼까?’
이 생각을 처음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긴 여정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자연이 빚어내는 발효의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즐거움이 되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지난 1년 동안 직접 만들었던 천연 곡물식초의 과정을, 저만의 경험을 담아 자세히 소개해보려 해요. 혹시 저처럼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1. 좋은 곡물이 좋은 식초를 만든다 – 원료 선택
식초 만들기의 시작은 역시 곡물 고르기였어요. 저는 현미를 주재료로 선택했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현미 특유의 고소한 맛과 영양이 식초에 잘 스며들 것 같았거든요. 여기에 보리를 조금 섞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초보였던 저는 처음에 '곡물을 많이 넣으면 더 진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너무 많으면 발효가 제대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초산균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네요. 그래서 적당히, 욕심은 금물!
2. 가볍게, 정성껏 – 곡물 세척과 불리기
곡물 세척은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았어요. 흐르는 물에 2~3번 부드럽게 씻는데, 이때 너무 세게 문지르면 곡물이 상처를 입어요. 저는 손끝 감각을 살려서 조심조심 씻었죠.
그리고 물에 불리는 시간도 중요했어요. 현미는 특히 오래 불려야 해서 15시간 정도 담가뒀어요. 처음엔 '이렇게 오래?' 싶었지만, 그래야 나중에 찔 때 곡물이 제대로 익더라고요.
3. 솔잎 향 머금은 고두밥 찌기
이 과정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불린 곡물을 찜기에 넣고 찌기 전에, 찜기 바닥에 생솔잎을 깔았어요. 솔잎은 그냥 장식이 아니라, 은은한 자연의 향을 식초에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해요. 솔직히 찌는 동안 집안 가득 퍼지는 솔향에 괜히 힐링했어요.
1시간 정도 찌고, 불을 끈 다음 30분 정도 뜸을 들이면 고두밥이 정말 잘 익어요. 이때 살짝 먹어봤는데, 고소하고 솔향이 나는 게 정말 맛있더라고요.
4. 따뜻함을 남겨라 – 고두밥 식히기
찐 고두밥은 바로 발효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적당히 식혀야 해요. 손으로 만졌을 때 '미지근하다' 싶을 정도가 딱이에요. 저는 손바닥으로 온도를 계속 확인했어요. 너무 식으면 발효가 안 되고, 너무 뜨거우면 누룩과 효모가 죽어버리니까요. 이런 디테일이 바로 집에서 만드는 재미 아닐까요?
5. 발효의 첫걸음 – 항아리 안치
고두밥이 적당히 식으면 누룩, 효모, 생수를 넣고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았어요. 여기서 중요한 팁 하나! 항아리는 무조건 70%만 채워야 해요. 저는 처음에 꽉 채웠다가 발효 중 넘치는 바람에 한 번 난리 났거든요. 발효가 시작되면 기포도 생기고 부피도 불어나니까, 여유 공간을 꼭 남겨야 해요.
6. 향을 담다 – 가향재 추가
저만의 식초를 만들고 싶어서, 솔잎 외에도 말린 국화꽃을 조금 넣었어요. 가향재는 생으로 넣어도 되고, 말려서 넣어도 되는데 저는 건조한 걸 선택했어요. 이렇게 하면 발효 과정에서 은은하게 향이 배어요. 이때 대주걱으로 잘 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7. 알코올 발효 – 곡물이 술이 되는 시간
발효는 인내심 게임이더라고요. 28~30℃를 유지하면서 67일 동안 기다렸어요. 하루하루 항아리를 들여다보면서 고두밥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했어요. '아,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신호였거든요. 그때부터 발효의 매력에 푹 빠졌죠.
8. 초산 발효 – 술에서 식초로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맑은 술을 걸러서 새 항아리에 담고 종초를 넣었어요. 그리고 한지로 덮어 자연스럽게 공기가 통하게 했죠. 2~3일 지나 초산균막이 생겼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이게 바로 식초가 되어가는구나' 싶었어요. 그 후 2개월 동안 계속 지켜보며 발효가 깊어지기를 기다렸어요.
9. 숙성 – 자연의 시간이 만드는 풍미
초산 발효가 끝났다고 바로 식초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는 땅속에 항아리를 묻고 300일 넘게 기다렸어요. 처음엔 매일 꺼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자연에 맡기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나서 꺼낸 식초는, 정말 깊고 부드러운 맛이었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 식초였죠.
하루 한 방울의 건강
이제는 물에 한 방울 타서 마시기도 하고, 요리에 살짝 넣어서 풍미를 더해요. 그냥 조미료가 아니라, 제가 자연과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물이라서 더 애착이 가요.
혹시 여러분도 천천히 나만의 식초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세요. 기다림 끝에 만나는 그 맛과 뿌듯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거든요.
솔향 가득한 자연 발효주, 누룩과 효모로 빚어낸 천연 솔순주 이야기(1)
숲을 담은 한 잔, 내가 담근 솔순주 이야기봄바람이 살랑이는 요즘, 괜히 산으로 발길이 자주 가더라고요. 며칠 전, 경상북도 영천에 사는 지인이 "소나무 숲 한번 다녀가라"고 해서 냉큼 다녀왔
greenrev.tistory.com
솔향 가득한 자연 발효주, 누룩과 효모로 빚어낸 천연 솔순주 이야기(2)
술을 빚는 시간, 자연과 나누는 조용한 대화술을 빚는다는 게 참 신기한 일 같아요. 처음엔 그냥 재료 섞고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이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자연과
greenrev.tistory.com
천연 식초의 시작, 우리밀 누룩의 힘! 전통 발효로 빚는 건강한 술과 식초 이야기
전통 발효의 핵심, 우리밀 누룩술과 식초의 뿌리, 그 비밀을 담고 있는 존재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술과 식초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삶과 문화를 함께 담은 귀한 유산으로 여겨왔습니다. 이 깊은
greenrev.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