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빚는 시간, 자연과 나누는 조용한 대화
술을 빚는다는 게 참 신기한 일 같아요. 처음엔 그냥 재료 섞고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이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자연과 천천히 마주 앉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더라고요. 특히 솔순주를 담글 때면, 손끝으로 숲의 향기를 담고, 마음으로 시간을 빚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솔순의 싱그러운 향을 살리기 위해 먼저 효모로 부드럽게 발효를 시작해요. 여기에 전통 누룩을 더하면 술맛이 훨씬 깊어지죠. 그렇게 자연과 시간이 함께 만들어주는 한 잔의 술이 탄생하는 거예요.
효모를 깨우는 작은 의식
발효의 시작은 효모를 깨우는 일부터예요. 마치 오랜 잠에서 부드럽게 일어나는 것처럼요. 저는 깨끗한 생수에 효모를 풀면서 조심스럽게 저어줘요. 이 순간이 참 좋아요. 효모가 서서히 깨어나 숨 쉬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준비하면 발효가 한결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효모를 용기에 옮길 때면 투명한 병 속에 솔순이랑 어우러져서, 꼭 수채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요. 맑은 빛과 연둣빛 솔순이 어우러진 걸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돼요.
누룩, 전통의 향기를 더하다
사실 누룩 하면 보통 막걸리 같은 곡물 술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솔순처럼 나무에서 온 재료에도 누룩이 정말 잘 어울려요. 저는 재래식 누룩을 쓰는데, 이게 단순한 발효제가 아니라 술맛을 좌우하는 숨은 주인공이에요.
누룩을 사용할 땐 그냥 넣지 않고, 생수를 살짝 부어두고 한두 시간 정도 기다려요. 그럼 미생물들이 천천히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봄날 따뜻한 햇살을 받은 것처럼 포근한 느낌이 들어요.
발효, 기다림의 미학
효모와 누룩을 다 넣고 나면, 이제 진짜 중요한 시간이 시작돼요. 발효조 뚜껑을 덮고 서늘한 곳에 두면, 이제 모든 걸 자연에 맡기는 거죠. 사람 손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 그다음은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과정이에요.
이틀 정도 지나면 발효조 안에서 작은 기포들이 올라오기 시작해요. 손으로 살짝 만져보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요. 그때마다 "아, 살아있구나" 싶어서 괜히 뿌듯해져요. 눈에 보이지 않던 생명의 움직임이 이렇게 드러나는 걸 보면, 술을 빚는 일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죠.
감각으로 느끼는 발효
발효는 숫자나 이론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매일 발효조를 들여다보면서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껴보는 게 중요해요. 오늘은 기포가 좀 많네, 향이 더 깊어졌네... 이런 소소한 변화들을 느끼는 게 술을 빚는 재미 중 하나예요. 이 과정은 과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예술에 가까운 것 같아요.
고요함 속에 완성되는 술
시간이 흘러 기포가 멈추고, 솔순이 바닥에 가라앉으면 발효가 끝났다는 신호예요. 그때 병 속을 보면 맑은 갈색빛이나 은은한 자줏빛이 도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이제부터는 숙성 시간이 시작돼요. 최소 한 달 정도 조용히 두면, 술맛이 훨씬 부드럽고 깊어지거든요. 이 기다림이야말로 진짜 술을 빚는 마지막 과정이죠.
마지막 손길, 술을 다듬다
숙성이 끝나면 술을 조심스럽게 걸러내요. 이때 남아 있을지 모를 미분해 당을 없애기 위해 알코올 숙성도 살짝 더해줘요. 이렇게 하면 솔향과 술맛이 딱 알맞게 어우러져서 한층 깔끔해져요.
병에 담긴 술을 보면서, 처음 솔순을 땄던 날이 떠올라요. 숲속에서 불어오던 바람, 솔순을 자르며 맡았던 향, 효모를 깨우던 그 순간들까지. 한 잔의 술 안에 그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이 들어요.
자연이 빚은 한 잔의 여유
솔순주를 마실 때면 단순히 술을 마신다기보다, 자연과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기분이 들어요. 친구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따뜻해지더라고요.
술을 빚는다는 건 결국 자연과 대화하고, 기다림의 가치를 배우는 일인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직접 술을 빚어보세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즐거움은 생각보다 훨씬 특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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