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삶, 농사의 지혜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법

 

황혼기에 접어든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살아온 날들이 쌓이고, 이제는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짧아졌다는 걸 실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젊은 날에는 가족을 부양하고 삶의 터전을 가꾸느라 바빴고, 중년이 되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정작 "내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걸음을 조금 늦추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영천 보현산 자락 작약밭

 

자연과 함께한 삶, 그리고 배운 것들

나는 오랜 시간 농사를 지어왔다. 사과, 복숭아, 포도를 키우면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에는 무성한 잎이 자라나며, 가을이면 탐스럽게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휴식을 취하며 다음 해를 준비한다.

 

이처럼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모든 것은 때가 있어야 이루어지며, 자연을 거스르려 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 작은 씨앗 하나도 정성껏 돌봐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농사의 지혜를 나누기

하지만 요즘은 이런 자연의 섭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업의 가치와 자연의 소중함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나는 내가 살아오며 경험한 농사의 기쁨과 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농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자연 속에서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일 재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과일을 먹을 때 단순히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한 알의 포도가 익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 복숭아 한 개를 키우려면 나무 한 그루가 계절을 견디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질지도 모른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

나는 항상 좋은 과일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화학비료나 농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고, 땅이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도록 유기농법을 연구하며 실천해 왔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한 먹거리는 단순히 '유기농'이라는 이름만 붙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수확하며, 어떤 마음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정성껏 키운 과일들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과 행복을 선물하는 식재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복사꽃 핀 복숭아밭

 

다음 세대를 위한 다리 놓기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에게 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농업이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농업은 단순히 힘든 일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산업이다. 나는 이 사실을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때로는 조언을 해주고, 때로는 작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일 재배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나의 경험을 나누고, 농사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변화라도 시작한다면, 미래에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포도밭

 

작은 실천이 만드는 변화

세상을 위해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실천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 나는 주변 이웃들에게 내가 키운 과일을 나누고, 과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을 전파하며,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또한, 환경을 보호하는 농업을 실천하는 것도 세상을 위한 중요한 기여가 될 것이다. 땅을 살리고,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며, 자연과 함께하는 농사를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결국, 삶은 나눔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와 무엇을 나누었는가이다.

나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포도밭을 거닐며, 복숭아 향이 가득한 과수원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배운 것들을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키운 과일들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의 경험과 지혜가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 함께 나누는 삶을 꿈꾼다.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 황혼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사과나무 사이를 거닐며 다짐해본다.

내 삶이 자연과 사람들에게 따뜻한 흔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노라고-